침이 다양한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다. 하지만 한번 침의 효과를 경험하게 되면 그 엄청난 효과에 다들 놀라곤 한다. 특히 소아의 경우 침 치료에 대한 부담과 오해가 많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접근해 볼 수 있다.
소아의 입장에서 보면 침을 맞는 것이 주사를 맞는 것과 같이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긴장을 하거나 지레 겁을 먹고 응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론 다소간의 통증이 발생하지만 그보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시술하는 자세를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통증이 많이 유발되는 경우도 흔하다. 치료효과에 비하며 이러한 불편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만 통증 앞에 의연한 소아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고 시술시에 편안한 자세가 되면 통증은 거의 없게 된다.
보호자의 입장에서 보면 주로 의심 가득한 눈길이 걸림돌이 된다. 진료실에서 확인해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과연 몇 군데만 찌르는 것으로 보이는데 효과가 있을까? 둘째, 혹시나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보통 환자와 보호자에게 침에 대한 효과를 설명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침을 시술한 후 의심은 기대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생후 11개월 남아가 내원하였는데 생후 6개월부터 발달장애로 진단받고 다양한 치료를 받았지만 별 효과가 없어 한방치료를 받으러 왔다.
내원 당시 앉지 못하고 배밀이를 하지 못하며 엎드려서 자지를 못하고 근긴장도가 떨어지는 등 발달이 지연된 증상이 확실히 나타나 있었다. 환아를 자세히 진찰한 후 체질을 소음인으로 진단하고 전체적인 체형을 가려본 결과 우상형으로 판단되어 이에 해당하는 좌측 족태양방광경의 속골혈을 선택하였다.
족태양방광경에 위기(衛氣)가 존재하는 태양시를 기다려 ≪황제내경·소문》「이합진사론」에 기재된 보법(補法)을 선택하여 예비 과정인 문( ), 절(切), 추(推), 탄(彈), 조( )를 사용하여 기(氣)가 통(通)하게 하고 본 과정인 인문(引門), 내침(內針), 유침(留針), 인침(引針), 합문(闔門)을 사용하여 기(氣)가 지(至)하게 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에게 침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시술자와 하나되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효과를 극대화 하게 된다. 2일에 1회씩 3회 정도 침 시술을 진행한 결과 그 이전에 보지 못하던 동작을 취하기 시작했다. 배밀이를 시작하고 좌우로 몸을 구르려하고 옹아리를 시작하는 등 그간 발달이 지연된 증상들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소아의 경우 침 시술의 어려움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효과가 좋은 치료방법을 단지 아파서 또는 힘들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소 걸림돌이 있더라도 조금더 노력하고 인내하는 것이 소아를 위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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