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알기쉬운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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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 날짜 : 2012-02-20 (월) 16:52l
  • 조회 : 7,118

어부들은 초음파탐지기를 이용해 물고기를 찾는다. 육안으로는 물 속을 잘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초음파’라는 과학기술을 어업에 적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어부들이 초음파를 사용한다고 문제가 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또 X레이는 세관에서 불법적인 물품이 있지 않나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다. 즉, 초음파와 X레이는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응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인 것이다.

그런데 한의사가 ‘초음파’나 ‘X레이’를 사용하면 문제가 된다. 인체를 좀 더 정확히 관찰하고 진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의료기기임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은 사용하지 못한다.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사용하는 과학기술을 오로지 한의사는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유는 하나다. 현대 과학기술을 응용한 모든 의료기기는 다 자기들 것이라고 하는 일종의 집단이기주의적인 주장 때문이다. 실제 모 의료기기 회사는 의욕적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원에 납품했다가 모 단체에 걸려 심한 곤욕을 치렀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 단체가 앞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하자 이 회사는 대번에 항복하고 다시는 한의원에 납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단체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한복을 만들 때는 반드시 손바느질로만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재봉틀은 양복을 만들라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의원에서 일상적으로 시술되고 있는 온열치료나 경근중주파요법, 혈맥레이저치료, 레이저침들도 모두 금지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현대과학기술로 만들어진 전기나 레이저 등도 모두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니 말이다.

나날이 발전되고 있는 과학기술을, 한의학적인 원리에 의거해 진단 치료하는 것이 합법화되는 것은 비단 한의계 발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국민건강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세계시장에 한의학을 알리고 국부를 창출하는데 있어서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이웃나라 중국의 사정은 다르다. 중의사는 모든 현대 진단기기를 다 사용할 수 있다. 만약 필요한 경우에 검사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처벌을 받는다. 중의사는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중의사들은 진단기기들을 이용해 각 질병의 치료데이터를 착실하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를 근거자료로 제시하면서, 세계 전통의학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한의계는 기본적으로 한의학적인 원리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단지 보다 정확히 관찰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이용하고자 할 뿐이다. 아무쪼록 국민의 건강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집단이기주의를 버리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고대한다. 정부 또한 이를 위해 적극 나서주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요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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