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과 건강
- Korean medicine and health
알기쉬운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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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기쉬운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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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한약재는 모두 국산 쓰시는 거 맞죠?”라며 재차 확인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 필자는 밝게 웃으면서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냥 농담으로 그렇게 대답하는 줄 알고 따라 웃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다. 필자의 한의원은 국산만 쓰지는 않는다. 몰론 국산 한약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더불어 중국산, 북한산, 심지어는 베트남 것도 사용한다. 그리고 나아가 국내 모든 한의원 역시 필자와 마찬가지로 오로지 국산만 사용하는 곳은 없다. 그렇다고 특별히 놀랄 필요는 없다. 당연한 이야기니까. 자, 열대지방에서만 자라는 한약재를 생각해보자. 이 한약재의 경우 당연히 국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열대인 곳이 없기 때문에 열대 한약재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수입산 한약재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또 혹자는 ‘신토불이’를 이야기 하면서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에서 난 한약재가 제일 좋다고 한다. 언뜻 옳은 말 같기도 하지만 이 말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그렇다면 옛 고구려와 발해 땅에서 자라난 한약재는 과연 한국인에게 맞는 국산인가 아니면 중국인에게 맞는 중국산인가? 그렇기 때문에 한의원에서 국산 한약재만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중국산 한약재는 다 저질인 것일까. 이 대답 역시 “아니오”다. 일단 전제부터 틀렸다. 똑같은 이름의 한약재이지만 식품으로 수입되는 것이 있고 약품으로 수입되는 것이 있다. 한의원에 공급되는 의약품용 한약재는 통관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그 기준이 국제규정보다도 더 엄격하며 일일이 전수검사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준이 낮다는 말은 적합하지가 않다. 반면에 음식점이나 일반인들이 구입할 수 있는 식품용 약재는 그 기준치가 허술할 뿐더러 최초 검사 이외에는 추가 검사를 하지 않는다. 당연히 효능이나 안전성 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둘을 제대로 분간하는 경우가 드물다. 식품으로 수입된 식약재를 한약재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진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표현을 쓰자면 “중국산 식품용 식약재의 품질은, 의약품용 한약재에 비해 저질이다”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다. 사실 지금까지 식품으로 수입된 식재료가 한약재로 둔갑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흔히 주위 음식점에서 식재료로 사용되거나 일반인들이 마트나 상점에서 구입하는 유사 약재들은 엄밀히 말하면 모두 한약재가 아닌 것이다. 또한 여태까지 방송이나 언론에서 문제가 되었던 저질 약재도 모두 이 식품용 약재였던 것이다. 국가에서 공인한 의약품용 규격 한약재는 한의원에만 공급된다. 이렇게 값싼 저질 식재료가 의약품용 한약재로 둔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2011년 10월부터 유통관리규정을 강화시키기로 했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약품용 한약재가 정부에 의해 철저하게 유통 관리된다면 이제 더 이상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한의계의 오랜 숙원을 들어준 점에 대해 한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환영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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