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어로 ‘틀에 부어 만들어지는 상태’라는 뜻을 가진 플라즈마(plasma)는 생리학에서는 혈장(血漿), 세포학에서는 원형질(原形質)을 의미하지만, 물리학에서는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를 말하고 흔히 ‘제4의 물질 상태’라고 부른다. 고체에 에너지를 가하면 액체, 기체로 되고 다시 이 기체 상태에 높은 에너지를 가하면 수만℃에서 기체는 전자와 원자핵으로 분리되어 플라즈마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플라즈마를 만들려면 직류, 초고주파, 전자빔 등 전기적 방법을 가해 플라스마를 생성한 다음 자기장 등을 사용해 이런 상태를 유지 하도록 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플라즈마를 이용하려면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우주 전체를 보면 플라즈마가 가장 흔한 상태라고 할 수 있고 우주 전체의 99%가 플라즈마 상태라고 추정된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플라즈마 상태는 번개이다. 구름과 구름,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방전현상이 그것이다.
번개의 어원을 따져보면 <용비어천가>에 ‘번게’라는 표현이 보이는데 이것은 옛말로서 ‘번쩍하다’에 명사화 접미사인 ‘게’가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로 이것이 후일 ‘번개’라고 변하여 현재까지 순수 우리말로 사용되고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번개와 같은 말 중에 열결(列缺)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기가 흐르는 경락(經絡) 중 하나인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에 속하는 경혈을 가리킨다.
열결(列缺)이라는 단어를 한글자씩 나누어 풀이해 보면 열(列)은 동물을 잡아 칼[ ,刀]로 뼈를 잘라내어 벌려놓는다는 의미이고, 결(缺)은 질그릇[缶]이 흠이 나고 갈라진다는 의미이다.
경혈의 이름에 대한 유래와 의미를 기록한 서적을 살펴보면 열(列)은 분해한다는 뜻이고 결(缺)은 그릇이 깨어짐을 뜻하는데 수태음폐경에서 다음 경락인 수양명대장경으로 가지가 나가는 곳으로서 갈라지는 모습이 마치 하늘이 번개에 의해 갈라지는 모양과 같아서 열결(列缺)이라 하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열결(列缺)은 수태음폐경의 락혈(絡穴)로서 수태음폐경과 수양명대장경을 연결하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사총혈(四總穴)로서 인체의 머리와 목 부위의 질환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더불어 팔맥교회혈(八脈交會穴)로서 경락의 중심인 12경락과 기경팔맥(奇經八脈) 중 임맥(任脈)을 연결하는 역할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열결(列缺)은 다양한 질환에 접근할 수 있는 근거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 그 활용도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인체의 빠른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경혈이다. 결국 플라즈마 상태의 번개가 변화의 중심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열결을 사용하는 것이 또한 인체의 변화에 좋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