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전통이 깊은 나라의 경우 고유의 의학을 가지고 있고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 전통의학이 상당히 발달한 편이다. 그 중심에는 中國(중국)이 있다. 가운데 중자를 쓰는 나라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포괄하고 있고 동아시아문화의 원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東夷(동이)로 표현되었고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같은 의미로 한국의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東醫學(동의학)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특히 잘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東醫寶鑑(동의보감: 허준 저, 1610년, 광해군 2년)’이다.
동의보감의 서문 바로 뒤에는 集例(집례)라는 것이 있는데 허준 선생께서 왕의 교지를 받아 직접 쓰신 글이다. 동의보감의 집필의도와 중심사상 그리고 동의보감이라고 책이름을 정한 이유가 설명되어 있다.
그 내용의 일부를 살펴보면 “의학에는 남북의 명칭이 있게 된 것이 오래되었다. 우리나라는 동방에 치우쳐 있지만 의약의 도가 선처럼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의학도 가히 東醫(동의)라고 말할 만하다. 鑑(감:거울)이란 말의 뜻은 만물을 밝게 비추면서 그 형체를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이러한 까닭으로 원나라 때 나겸보의 위생보감이나 명나라 공신의 고금의감이 모두 鑑(감)으로 이름을 지은 뜻이 여기에 있다. 지금 이 책을 열어서 한번 열람해보면 길흉과 경중이 밝은 거울처럼 분명할 것이기에 마침내 동의보감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옛 사람들의 남긴 뜻을 사모하기 때문일 따름이다” 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의학의 우수성을 매우 겸손하게 표현하고 있다.
동의보감 이후 동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지만 아울러 무분별한 외래의학의 수입으로 인한 문제도 많이 발생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아과 부분에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아과 전문서인 ‘及幼方(급유방)(조정준 저, 1749년, 영조 25년)’에는 “사람들의 체질과 병이 발생하는 원인은 기후, 풍토에 따라 다르니 병을 고치는 방법도 반드시 각각 그 지방에 특유한 기후, 풍토를 연구하여 잘 알아야만 원만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륙의 한 모퉁이에 치우쳐 있으므로 그 기후, 풍토가 중국과는 다르다. 최근 의원들은 중국에서의 병 치료법을 우리나라에 함부로 도입하고 있으니 어찌 남으로 가는 사람이 북으로 가는 차를 타는 것과 다르겠는가?”라고 비판을 가한 내용이 있다.
이 글의 제목은 <東方六氣論(동방육기론)>이라고 한다. 여기서 ‘동방’이란 동쪽에 위치한 우리나라를 의미하는 것이고 ‘육기’란 기후와 풍토를 의미하는 말로서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에 따른 특수성을 기본적으로 파악한 후 소아의 체질을 판단하여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東(동)이라는 의미는 단순한 동쪽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얼이 녹아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즉 東醫(동의)라는 말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포함된 의학이고 우리 몸에 꼭 맞는 의학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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