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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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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을 많이 흘려요
  • 날짜 : 2010-01-13 (수) 20:1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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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환자를 보다 보면 아이가 침을 너무 많이 흘린다는 보호자의 호소를 듣는 경우가 많다.

속설에는 머리가 똑똑한 아이가 어릴 때 침을 많이 흘리다가 좋아지므로 그대로 두어도 좋다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고 별다른 특이점이나 질환을 찾을 수 없으므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면서도 어떻게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문의하곤 한다.

침의 분비량은 소아에서 많고 노인이 되면 감소하게 되어 소아가 침을 어느 정도 흘리는 것은 생리적인 현상이지만 3세가 지나서도 지속적으로 침을 흘리는 경우는 병적인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하여야 한다. 유아가 이가 날 때는 침을 흘린다는 보고가 있으며 어느 정도 나이에 이를 때까지는 대부분의 소아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데 이는 병적인 것은 아니다.

보통 4~5세가 지나서 입을 벌리고 다니면서 침을 흘리는 경우는 뇌성마비나 지능박약일 가능성이 높고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여 뇌를 다친 뒤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침을 흘리는 정도도 심하지만 입에 침이 고여 있는 시간도 길어서 이가 쉽게 상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어떤 경우는 아데노이드 비대로 인하여 침을 잘 삼킬 수 없어 흘리는 경우도 있다.

 한의학에서 침을 많이 흘리는 것을 연하(涎下), 구토연(口吐涎), 다타(多唾)라고도 하는데, 특히 자각하지 못하고 입안에서 침을 흘리는 경우을 체이(滯    )라고 한다. 체이(滯    )라는 용어를 풀어서 보면 어린아이가 늘 침을 흘려서 턱을 적시는 상태를 의미한다. 서양의학에서의 유타증(流唾症), 유연증(流涎症) 또는 타액분비과다(Ptyalism, drooling, sialorrhea, Hypersalivation)의 증상과 비슷하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소아문(小兒門)에서 ‘체이(滯    )’를 살펴보면, “소아의 체이는 입가로 침을 흘리는 것이다. 침은 비(脾)의 진액이다. 이것이 턱으로 흘러나오는 것은 비위가 허랭하여 그 진액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脾)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 『내경』에서는 혀가 늘어지고 침을 흘리는 것을 모두 열에 속하는 것으로 논하였지만, 냉(冷)·열(熱)을 구분하여 치료해야 한다. 뜨거운 침을 흘리는 것은 위화(胃火)가 타오르는 것이고, 차가운 침을 흘리는 것은 위허(胃虛)한 것이다”라고 하여 소아가 침을 흘리는 증상에 관해서 전반적으로 기술해 놓았다.

또한 양생법에는 ‘옥천(玉泉)을 뱉지 말고 늘 삼키면, 장수하고 얼굴에 광택이 난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옥천이란 침을 말하는 것으로 타액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침은 곧 진액이며 소아의 침은 뼈 속으로 들어가서 골수를 형성하고 오장육부와 피부, 근육, 뼈를 자라게 한다. 그러므로 침을 흘리는 현상을 치아가 나려고 그런 것이라고 대충 넘기지 말고 원인을 구분하여 잘 치료해야 한다.

침을 계속 흘리게 놔두면 치아나 뼈가 약하게 형성되어 발육도 더디고 감기 등의 잔병치레도 많아지므로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장규태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소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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