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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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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衛氣)’라는 생체시계
  • 날짜 : 2009-08-27 (목) 15:3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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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체온은 하루 종일 누워 있거나 어둠 속에 갇혀 있더라도 밤과 낮 시간에 따라 일정하게 변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식물이나 동물의 내부에는 일정한 리듬이 존재하고 시계와 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인체 내부에는 일종의 시계 같은 것이 있어서 시간에 따른 인체의 생체리듬을 주관하는데 이를 생체시계라 한다. 
생체시계는 인간의 경우 수면패턴, 체온 조절, 혈압변화의 직접적인 조절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호르몬 분비량 조절에 관련된 내분비계와 면역 관련, 순환기계, 배설계 등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고등동물의 생체시계는 뇌의 시신경 교차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i)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처럼 동물이 밤낮을 구분해 행동하는 것은 SCN에 있는 생체시계의 작동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왔지만, 생체시계가 어떻게 우리 몸에 시간정보를 알리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기원전 3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이와 꼭 맞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우리 몸에는 기가 흐르는 통로인 경락(經絡) 또는 경맥(經脈)이 존재하고 이 통로를 통하여 흐르는 기를 경기(經氣)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양에 속하는 위기(衛氣)와 음에 속하는 영기(營氣)가 있다.

특히 위기는 맥의 외부를 흐르는 기로서 체온을 유지시키고 외부로부터 침범하는 사기(邪氣)를 방어하는 기능이 있다. 위기(衛氣)는 잠에서 깨어있는 낮에는 인체의 외부를 25회 순환하고 잠자는 시기인 밤이 되면 내부로 들어가 오장을 25회 순환하면서 각성과 수면의 주기가 유지된다.
결국 낮과 밤을 합쳐서 50회의 순환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하루, 즉 해가 한 바퀴 도는 24시간을 주기로 순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 순환에 탈이 나게 되면 어지러움, 불면증, 기면증, 수족냉증을 비롯한 많은 질병이 생기게 된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수많은 자가 면역 질환 역시 외부를 방어해야 할 위기가 자기 자신을 공격해서 생기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위기의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변해서 생긴 질환은 위기의 운행을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위기의 운행을 침으로 조절하는 방법이 연구되었으며 그 방법 역시 24시간 동안 우리 몸의 내외를 50회 순환하는 시간과 관계가 깊다.
이상으로 미루어 볼 때 생체시계라는 개념의 근원은 동양의학인 한의학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개념이며 위기에 대한 더욱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장규태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소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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